Posted On 2026년 05월 12일

[아..나의 아내여! 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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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의 아내여! 실화]
가버린 당신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로부터 탈출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이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 위에 올려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었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다음에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았으면 미련하다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만 있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 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와 버렸다.

다음날 출근을 하는데, 아내가 말하였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큰소리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 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하며 호통을 쳤다. 그러나 아내는 개의치 않고 자기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다음 날 나는 아내와 같이 병원엘 갔다.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 밖에 시간이 없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아내에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바라보며,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방문을 열었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저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저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 해 주는 저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하나… 가슴이 멍할 뿐이었다.

그 다음 날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 하지도 않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표정에는 짜증이 가득 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날 밤 자리에 누워서 아내가 속삭였다.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 보고 싶었나 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그 다음날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목 놓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 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나 혼자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그날 저녁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았다.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이튿날 눈을 뜨니 커튼 사이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좋아라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그러나 아내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나는 말 없는 아내를 끌어안고 소리 질렀다.

아무리 외쳐봐야 영영 대답이 없다.! 왜, 어제 밤에 이 ❝사랑한다❞ 소리를 한 번도 못해줬을까? 그렇게 듣고 싶어 했던 이 한 마디를 왜 해 주지 못했을까? 아! 이렇게 천추(千秋)에 한(限)이 될 줄이야!

이 글은 앵콜로 읽고 또 읽어도, 읽을 때 마다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것은 이 글이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인 것만 같습니다.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내 옆에 있을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아내가 내 곁에 없을 땐 아내의 가치를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소설가 박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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