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26년 01월 19일

☎ 잘못 건 전화

ds1avz10 0 comments
Health,9988 >> 감동 >> ☎ 잘못 건 전화

지금은 아니지만 그 때는 딸 하나를 둔 평범한 아빠였다. 시작은 우연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친구에게 건다는 것이 그만 엉뚱한 번호를 눌렀다.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빠~?”

아마도 내 딸 현정이와 비슷한 또래로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는 여자아이 목소리 였다.

(괜히 내 딸 같아서 핀잔을 준 건데…)

“아빠 바보!… 나 눈 안 보이잖아!”

순간 당황했다. ‘아! 장애 있는 아이였다!’

[예상치 못한 약속]

“엄만 요! 앞 슈퍼 가서 대신 받은 거야! 아빠 언제 올 거야?”

너무 반기는 말투에 잘못 걸렸다고 말하기가 미안해서…

“그래도 며칠씩 안 들어 오면 어떡해? 엄마는 베개 싸움 안 해 준단 말야!”

“알았어! 그럼! 오늘은 꼭 와! 끊어~”

막상 전화를 끊고 나니 걱정됐다. 애가 실망할까봐 그랬지만 결과적으론 거짓말한 거니까 큰 잘못이라도 한 것 처럼 온종일 마음이 뒤숭숭했다.

[진실, 그리고 간절한 부탁]

그 날 저녁 전화가 울린다. 아까 잘못 걸었던 그 번호… 왠지 받기 싫었지만 떨리는 손으로 받았다.

[두 밤만 자고 갈게]

왠지 모를 책임감까지 느껴졌다. 5분 뒤에 전화를 걸자 아이가 받는다.

아이가 갑자기 우는데… 엉겁결에…

당황해서 또 거짓말을 해 버렸다.

잠시 뒤에 아이 엄마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는데 너무 고맙단다. 아이한테 무작정 못 간다고 할 수 없어 이틀 뒤에나 간다고 했다니까 알아서 할테니 걱정 말라며 안심시켜 줬다.

[이별의 예감]

그리고 이틀 뒤 이젠 낯설지 않은 그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아빠! 엄마가 아빠 죽었대! 엄마가 아빠 이제 다시 못 온대… 아니지? 이렇게 전화도 되는데 아빠! 빨리 와! 엄마 미워 거짓말이나 하고… 혹시 엄마랑 싸운 거야? 그래서 안 오는 거야? 그래도 지연이는 보러 와야지.. 아빠 사랑해! 얼른 와”

가슴이 먹먹하고 울컥해서 아무 말도 못한 채 한참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화를 받아 든 지연이 엄마는 미안하다며 애가 하도 막무가내라 사실대로 말하고 전화 걸지 말랬는데도 저런단다. 그말에… 딸 둔 아빠로써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제안을 했다.

[3년의 동행]

오히려 내가 지연이 엄마한테 더 부탁을 했다. 그땐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지연이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뒤부터 자주는 아니지만 보름에 한번쯤 지연이와 통화를 했다.

“아빠! 외국 어디에 있어?”

“거기서 뭐하는데?”

노동자로 몇해 다녀오신 적이 있어서 그때 들은 기억들을 하나 둘 떠올려 지연이한테 말해줬다. 

내 딸 현정이 선물살때 지연이 것도 꼭 챙겨서 택배로 보냈고… 그렇게 지연이의 가짜 아빠 노릇을 전화로 이어 나갔다.

한때 아내에게 이런 오해를 받을 만큼 자주 통화도 했다. 

현정이는 커 가면서… “아빠! 과자 사와! 아이스크림 피자~ 아빠 용돈 좀~” 늘 그런 식인데 지연이는..

“아빠! 하늘은 동그라미야 네모야? 돼지는 얼마나 뚱뚱해? 기차는 얼마나 길어?” 등등…

사물의 모양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때면 안쓰러워 더 자상하게 설명하곤 했지만 가끔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고백]

3년쯤 지난 어느날 지연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저기 ~ 나 사실은… 작년부터 알았어! 아빠 아니란거”

“…..”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엄마랑 삼촌이 얘기하는 거 들었어! 진짜로 아빠가 하늘나라 간 거!”

“근데 선생님이 4학년이면 고학년이래! 이제부터 더 의젓해야 된댔거든!”

[진짜 아빠가 된 날]

그 뒤로도 우린 줄곧 통화를 했다.

다만 이제 아빠라고는 안 한다.

그렇다고 아저씨도 아니고 그냥 별다른 호칭없이 이야기하게 됐는데 솔직히 많이 섭섭했다. 

그래도 늘 아빠로 불리다가 한순간에 그렇게 되니까…

그렇다고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기도 뭐하고… 

시간이 흘러 지연이가 맹아학교를 졸업하는 날이 됐다. 전화로만 축하한다고 하기엔 너무나 아쉬웠다. 몇해 동안 통화하며 쌓은 정이 있는데, 그날만은 꼭 가서 축하해주고 싶었다.

목욕도 가고 가장 좋은 양복도 차려 입고 한껏 치장을 했다.비록 지연이가 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처음 만나는 날인데 그 옛날 아내와 선보러 갈 때보다 더 신경쓴 거 같다.

꽃을 사들고 들어간 졸업식장에서 지연이 엄마를 처음 만났다.

너무 고맙다며 인사를 몇 번씩 하시는데 왠지 쑥스러웠다.

잠시 후 졸업장을 받아든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에서 나오는데 단박에 지연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유독 지연이만 눈에 들어왔으니까.

하며 웃자, 지연이는… “누구?” 하며 의아해 할 때 꽃다발을 안겨주면서

그러자 갑자기 지연이가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지연이 엄마도 나도 어쩔 줄 모르는데 지연이가 손을 더듬어 나를 꼭 안았다.

“아빠! 이렇게 와줘서 너무 너무 고마워!”

Related Post

[못 박힌 나무]

남편이 미울 때마다 아내는 나무에 못을 하나씩 박았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외도를 할 때에는 아주…

감동글

  돌나물 물김치 오늘은 가게문을 일찍 닫고 들어가 부침개에 막걸리라도 한잔 해야겠다.  일찍 가게문을 닫고 수퍼에…

[눈(眼)으로 그린 사랑]

봄이 왔는가 싶더니 여름이 지나가고 山마다 단풍잎 물들이는 가을이 왔나 싶더니 겨울이 머물러 있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