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나절, 오 생원 집에 생전 발걸음을 않던 이 초시가 찾아왔다.
오 생원이 약간 비꼬는 투로
지체 높은 초시 어른께서 어인 일로 찾아오셨나?
물으니 이 초시가 웃으며 내가 못 올 데를 왔나?

오 생원과 이 초시는 서당친구였지만 살아가는 길이 달랐다.
오 생원은 일찌감치 장삿길로 들어서 차곡차곡 재산을 쌓아 알부자가 되었지만 이 초시는 과거에 매달리다 낙방을 거듭해 가세가 기울어진 판이다.

술 한 잔 하러 가세.
이 초시가 오 생원 소매를 당겼다.
동구 밖 주막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이 초시가 말문을 열었다.

내 동생, 자네도 알지?
알고 말고 천하의 한량이지.
쥐뿔도 없는 게 지가 무슨 호걸 이라고 허구한 날 저잣거리 두목 노릇을 하더니만 논밭 다 팔아먹고 며칠 전에는 집까지 날렸다네.

한숨을 크게 쉬고 난 이 초시가 자네가 내 동생을 데리고 다니며장사 좀 가르쳐 주게.
이 초시가 바짝 붙어앉아 통사정을 하며 너비아니 안주에 청주를 돌리자
쩝, 여기저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