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나무’지만 ‘풀’로 분류… 100여 년 만에 번 꽃 피워요.

대나무

대나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아마 대부분 곧게 뻗고 마디가 뚜렷한 ‘줄기’를 떠올릴 겁니다.
그래서 대나무를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대나무에도 꽃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대나무꽃은 한 사람 인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게 피어나요.
그래서 ‘행운의 꽃’ 또는 ‘신비의 꽃’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2020년 아주 희귀한 대나무꽃을 여러 번 볼 수 있었습니다.
7월에 경남 창원에서 지천으로 대나무꽃이 피어오르더니,
10월에는 강원 강릉 ‘오죽헌’에서, 또 이번 12월에는 경남 김해에서 대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답니다.

사시사철 푸르른 대나무숲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60~120년 만에 피운 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나무꽃이 관찰된 것은 1930년대 이래 열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적어요.

대나무꽃을 잘 모르는, 이유는 꽃이 드물게 필뿐더러 아주 소박해 꽃인지 조차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나무는 다른 식물처럼 꽃을 통해 번식하지 않습니다.

대나무는 ‘땅속줄기’를 통해 번식하는데요.
땅속에서 마디마디 길이를 키워나가다 적당한 곳에서 싹을 틔워 죽순을 만드는
방식이지요.
대나무 이름에 ‘나무’가 붙어 헷갈릴 수 있지만 사실은 초본식물입니다.

초본식물은 줄기에 목재를 형성하지 않는 식물이에요.
대나무는 마치 강가의 풀처럼 번식력이 강해 몇 개체만으로도 땅속줄기로 연결된 수백 그루의 대나무 숲을 만들어 낼 수 있답니다.

대나무꽃은 새와 곤충을 꾀어낼 만큼 모습이 화려하지 않습니다.
대나무 잎 길이의 절반만 한 꽃이 긴 꽃대에 매달려 대롱대롱 볼품없이 피어나는데요.

꽃이 날 때는 약간 녹색을 띠고 있지만, 꽃이라기보다 잎이 펴지기 전 뭉쳐 있는 것처럼 보여요.
더 피어서도 보통 꽃처럼 꽃잎과 암술, 수술로 뚜렷이 구분되지 않고
황토색으로 마른 껍질이 수십 개 모여 한데 뭉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끝이 뾰족한 꽃잎들 사이사이에는 가느다란 털이 빼곡히 나 있어 거친 빗자루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대나무꽃이 피는 이유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대나무가 특별한 생애 주기를 가진다고 보는 연구자도 있고
땅속줄기로 크게 번식한 대나무들 때문에 땅속 영양분이 완전히 소진돼 꽃이 핀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꽃이 핀 뒤 숲 전체가 마르기 때문에 번식과 무관한 돌연변이 병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