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을 대상으로 응모한 짧은 글 당선작

노인들을 대상으로 응모한 짧은 글 당선작. (2024년 1월 19일 발표)

  1. 가슴이뛰어서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2. 전구 다 쓸 때까지도
    남지 않은 나의 수명.
  3.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까먹네.
  4. 병원에서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은
    “노환입니다”
  5.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6. 자명종 울리려면 멀었나
    일어나서 기다린다.
  7. 연명치료 필요없다
    써놓고 매일 병원
    다닌다.
  8. 만보기 숫자 절반
    이상이 물건 찾기.
  9. 몇 가닥 없지만
    전액 다 내야 하는
    이발료.
  10.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산다.
  11. 쓰는 돈이
    술값에서 약값으로
    변하는 나이.
  12. 젊게 입은 옷에도
    자리를 양보받아
    허사임을 알다.
  13. 이봐 할멈!
    입고 있는 팬티
    내 것일세.
  14. 일어섰다가 용건을
    까먹어 다시 앉는다.
  15. 분위기 보고
    노망난 척하고 위기
    넘긴다.
  16. 무농약에 집착하면서
    먹는 내복약에 쩔어
    산다.
  17. 자동응답기에 대고
    천천히 말하라며
    고함치는 영감.
  18. 전에도 몇 번이나
    분명히 말했을 터인데
    “처음 듣는다!”고.
  19. 할멈!
    개한테 주는 사랑
    나한테도 좀 주구려.
  20. 심각한 건
    정보 유출보다 오줌
    유출.
  21. 정년이다.
    지금부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지.
  22. 안약을 넣는데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린다.
  23. 비상금 둔 곳 까먹어
    아내에게 묻는다.
  24. 경치보다 화장실이
    신경 쓰이는 관광지
  25. 손을 잡는다.
    옛날에는 데이트,
    지금은 부축.
  26. 이 나이쯤 되니
    재채기 한 번에도
    목숨을 건다.

*참 현실적이고 사실대로 잘 표현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