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먼저 떠나 보내고 해녀질로 물 숨 참으며 숨비소리 한번이 자식들의 연필이 되고 공책이 되어가며 참을 수 있었던 만큼의 행복은 간 곳 없이

형…. 엄마가 암이래
지금 이 상태론 수술도 힘들고
길어봐야 6개월이라며 집에 모셔서 맛있는 거나 많이 해드리라고 방금 의사가 말씀하고 가셨어요

그럼 간병은 누가하지?
난 간병 못 해요
저도 못 해요..
수빈이 학원 여섯 군데 따라 다니는 것만 해도 하루가 모자랄 판인데 간병할 시간이 어딨어요

그럼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건 어때?
미쳤어 형!
요양병원에 매달 들어가는 돈은 어쩌고?
어머니 집 있잖아요
그거 팔아서 하면 되겠네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별이라고 말해주던
내 아들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병실 안에서 듣고 있던 엄마의 두 뺨에 흘러내리고 있는 눈물이 강이 되어 흐르다.

하얗게 밝아온 다음날 엄마가 사라졌어..
병원에서도 모른대
자식 없는 엄마는 있어도 엄마 없는 자식은 없다 했건만
엄마라고 애 터지게 부르던 그때의 내 자식들이 맞는지 ..

때가 되어야 분명해지는 것들이 주는 앎속에서 회한의 눈물을 머금고 떠나 간 엄마의 상처는 아랑곳없이 세상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던 두 아들은 어둠이 먹칠한 하늘을 따라 사라진 엄마의 흔적을 쫓다 결국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5년 지나야 사망신고를 할 수 있대 그러려면 경찰에 실종 신고한 근거가 있어야 한대..
저도 알아봤는데 재산 상속을 받으려면 해놓는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전단 같은 거 돌리는 것도 법적인 근거가 된대요
찾는 척이라도 해야지 주위 이목도 있는데…

이런 자식들 키우느라 애터지 내 목에 들어가는 물 한 모금 아껴가며 산 시간을 더듬어 보며 이름 모를 거리를
헤매다니고 있을 엄마의 슬픔은 타다만 종이 위 글자들처럼 까만 그을음으로 남겨지던 어느 날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지 않으면 부모가 버려진다는 세상 떠도는 이야기를 밑천 삼아 전단지를 들고 지하철 근처에서 뿌려대는 시늉을 해대던 두 아들 내외는 형 밥 먹고 하자 일단 네

형수하고 뿌리는 거 사진이나 찍어줘
아…. 힘들어
이 짓 죽어도 못하겠다.
애들 학교에서 오면 배고플 텐데
도련님 그냥 업체에 맡기는 게 어때요?

지나면 희미해질 이 순간을 가슴에 담아 놓고 싶지 않았던
두 아들 내외 앞에 엄마의 이름 없는 날들이 37일째 흐르다 멈춰 서던 날
고시텔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오는 비슷한 사람을 봤다는 제보를 듣고 달려간 두 아들은
엄마..
어머니 누구세요?

본인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를 두고 마실 나간 바람을 따라 집으로 돌아온 두 아들은 소주잔을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

형.. 차라리 잘 된 거 아냐?
엄마 치매로 요양병원 입원시키고 법원에 후견인 신청해 이 집 처분하는 게 어때 내 생각도 그렇긴 한데..

형도 어차피 사업자금이 더 필요하잖아
나도 애들 유학 보내달라는 성화에 하루하루가 지옥같아
도련님..뭘 복잡하게 그렇게까지 해요
어차피 얼마 못 사실 텐데..

이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도하며 멀어져 갔을 엄마의 아픔보다 자신들의 살길이 먼저인 두 아들 내외의 귀에 (((((((딩동))))))
누구세요?
천마 복지재단에서 나왔습니다

무슨 일로 오셨는데요?
어머니 되시는 김복녀 여사께서 한달 전 이 집을 우리 복지재단에
기부하셨습니다

네에? 새벽불 밝히고 서 있는 가로등을 디딤돌 삼아 엄마가 머물렀던 쪽방촌으로 찾아온 두 아들은 흐르는 물에는 뿌리내릴 수 없는 나무가 되어 사라진 자리에 놓여있는 손편지 위 열쇠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미쳤군 미쳤어..

그냥 조용히 죽지 왜 안 하는 짓을 하고 그래
엄마가 우릴 못 알아본 게 아니었어
자식 사랑의 끝에서
다 타고 하얗게 재만 남은 것 같은 후회를 안고 멀어진 엄마가 선택한 건 행복이었다는 걸 모르는 두 아들은 내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거든
그 열쇠 안에 있는 것과 함께 묻어다오.

죽음도 삶의 한 조각이라며 쪽지에 적힌 엄마의 마음보다 열쇠 하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두 아들은
삶의 무게를 쥐고 나간 엄마의 아픔을
가슴에 담아 놓기 싫은 듯 하얗게 밝아오는 새벽까지
술로 지워내더니
형…엄마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 들어있는 열쇠 아닐까?

맞아요…. 설마 자식인데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으셨겠어요
분명 땅문서나 유언장 그런 게 든 열쇠 같아요

어디가 내가 버려질 곳인지 보이는 곳마다 지뢰밭 같은 불안을 안고사는 노인들의 이야기가눈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갔을 엄마 보다
그 열쇠가 지하철 물품 보관함 열쇠란 걸 더 먼저 알아낸 두 아들 내외는 설마 어머니가 자식들하고 손자들
한테 십 원도 안 남기고 다 줄리 없잖아 라며 열어본 사물함에는 자신들이 돌리던 전단지 한 장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습니다

내 아들들이 날 찾고 있구나..내 아들들이 찾고 있는 그 모습이 이승에서 느끼는 엄마의 마지막 행복이었다며 빨간 노을에 멍든 계절이 지는 어느 이름 없는 가을날을 따라 세상을 떠나가고 있었습니다.

자식 사랑은 바람에 그린 그림이라는 ….

<노자규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모든것이 풍성한 한가위에 위 글처럼 돈밖에 모르는
자식들도 있었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