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出於藍]

청출어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저에게는 그런 훌륭한 제자가 한 명 있습니다.
그 녀석의 이름은 강태성.

태성이가 고등학교 3학년일 때 나는 담임을 맡고 있었습니다.
가끔 태성이와 면담을 하면 녀석은 입버릇처럼 어머니 자랑을 늘어 놓았습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다섯 형제를 어머니 혼자 힘으로 길러내셨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하루는 우연히 태성이가 낸 가정환경조사서를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부모 직업란에 어머니의 직업이 호텔 종업원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나는 태성이의 준수한 용모나 학업성적으로 미루어 호텔 프런트에서 외국인을 안내하는 멋진 중년부인을 연상했습니다.

태성이와 면담이 있던 날 나는 어머니의 직업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런데 태성이는 분명한 어조로 어머니는 객실 청소와 손님 시중드는 일을 하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경우 흔히 약간 미화하거나 얼렁뚱땅 넘기고 싶어 하는데 녀석은 어머니의 직업을 당당하게 밝혔습니다.

그때는 참 융통성도 없구나 그렇게 생각 했습니다.
태성이의 마음속에 힘든 일 마다 않고 홀몸으로 다섯 형제를 떳떳하게 길러내신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그로부터 몇 달 뒤 진로지도를 할 무렵이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당시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자회사로 부터 입사 추천서가 날아 왔습니다.
실력으로 보나 인성으로 보나 일 순위 추천 대상은 당연히 태성이였지만 가족사항을 중시하겠다는 단서조항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날 방과 후 나는 태성이를 조용히 교무실로 불러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그 회사에 추천받기 위해서 어머니 직업을 다른 걸로 좀 바꾸면 좋을 듯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태성이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순수한 제안이었습니다. 상심한 듯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던 태성이는 한참 뒤 고개를 들었습니다.

선생님, 저는 어머니가 하시는 일을 단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의 직업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회사라면 들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더없이 좋은 기회였건만 태성이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깊은데 애정과 존경심 그리고 진실하고 당당한 삶의 자세에 나는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말할 수 없이 부끄럽지만 마음 한구석이 한없이 따뜻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녀석은 나의 제자이자 소중한 스승이었습니다.

스승님과 제자 모두 대한민국의 干城입니다.

오늘도 사랑하는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