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너를 보니…

늙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가슴을 태우다 태우다
이렇게도 붉게 멍이 들었는가

한창 푸르를 때는
늘 시퍼를 줄 알았는데

가을바람 소슬하니
하는 수 없이 너도
옷을 갈아 입는구나

붉은 옷 속 가슴에는
아직 푸른마음이
미련으로 머물고 있겠지

나도 너처럼
늘 청춘일줄 알았는데

나도 몰래 나를 데려간
세월이 야속하다 여겨지네

세월따라 가다보니
육신은 사위어 갔어도

아직도 내 가슴은
이팔청춘 붉은 단심인데

몸과 마음이 따로노니
주책이라 할지도 몰라

그래도
너나 나나 잘 익은 지금이
제일 멋지지 아니한가

이왕 울긋불긋
색동옷을 갈아 입었으니

온 산을 무대삼아
실컷 춤이라도 추려무나

신나게 추다보면
흰바위 푸른솔도
손뼉 치며 끼어 들겠지

기왕에 벌린 춤
미련 없이 너를 불사르고
온 천지를 붉게 활활
불 태워라

삭풍이 부는
겨울이 오기 전에….

잘 사는 사람

세월은
가는 것도 오는 것도 아니며
시간 속에 사는 우리가
가고 오고 변하는 것일 뿐이다

세월이 덧없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다

해가 바뀌면 어린 사람은
한 살 더 해지지만
나이든 사람은 한 살 줄어든다
되찾을 수 없는게 세월이니

시시한 일에
시간을 낭비 하지 말고
순간 순간을
후회 없이 잘 살아야 한다

행복은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것이다

가진 만큼 행복한 것이 아니며
가난은 결코 미덕이 아니며
맑은 가난을 내세우는 것은
탐욕을 멀리하기 위해서이다

가진 것이 적든 많든
덕을 가지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하면 잘 살아야 한다

돈은 혼자 오지 않고
어두운 그림자를 데려 온다

재산은 인연으로 받은 것이니
내 것도 아니므로 고루
나눠 가져야 한다

우리 모두가 부자가 되기보다는
잘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소유의 행복>中, 법정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