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우리는 다 같다” 작가 류시화 씨와 배우 김혜자 씨가 함께 네팔을 여행할 때의 일이다.

카트만두 외곽의 유적지에 갔다가 길에서 장신구들을 펼쳐 놓고 파는 여인을 보았다. 김혜자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의 옆으로 가서 앉는다. 물건을 사려는게 아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울고 있었다. 놀라운 일은 김혜자 역시 그녀 옆에 앉아 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말도 없이 여인의 한 손을 잡고 울고 있었다.

먼지와 인파 속에서 국적과 언어와 신분이 다른 두 여인이 서로 이유도 묻지 않은채 쪼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었다.

이윽고 네팔 여인의 눈물은 옆에 앉은 김혜자를 보며 웃음 섞인 울음으로 바뀌었으며, 이내 밝은 미소로 번졌다. 공감이 가진 치유의 힘이었다.

헤어지면서 김혜자는 팔찌 하나를 고른 후 그 노점상 여인의 손에 300달러를 쥐어 주었다. 여인에게는 거금이었다. 여인은 놀라서 자기 손에 돈과 김혜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여인은 좌판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왜 그런 큰 돈을 주었느냐고 묻자 김혜자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횡재를 하고 싶지 않겠어요? 인생은 누구에게나 힘들잖아요”

김혜자씨는 그 팔찌를 여행 내내 하고 다녔다. 그 무렵 김혜자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낼 때였다. 그러나 타인의 아픔에 대한 진실한 공감!능력으로
자신의 아픔까지 치유해 나갔다.

훗날 내가 네팔에서의 그 일을 이야기하자, ”그 여자와 나는
아무 차이가 없어요, 그녀도 나처럼 행복하기를 원하고,작은 기적들을 원하고, 잠시라도 위안받기를 원하잖아요. 우리는 다 같아요.”
(류시화)
ㅡ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