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층 여자

11층에 사는 여자가
괴로운 세상을 하직하기 위해
옥상에서 뛰어내렸습니다.

뛰어내리면서 그녀는 보았습니다.

10층 창문에는
평소에 금슬이 좋고 화목해 보였던
부부가 싸우는 게 보였고,

9층에서는
항상 맑고 밝고 유쾌하고
잘 웃던 남자가
혼자서 우는 게 보였고,

8층에서는
남자들과 말도 하지 않고 도도하게 굴던
여자가 옆집 남자와
바람 피우는 게 보였고,

7층에서는
건강하다고 자랑하던
여자가 몇 가지 보약 먹는 게 보였고,

6층에서는
돈 많다고 늘 자랑하던
남자가 일자리 찾는 신문을
뒤적이는 것이 보였고,

5층에서는
듬직하고 깔끔했던 남자가
여자 속옷 입고
히쭉거리는 변태를 보았고,

4층에서는
원앙 커플로
엄청 사랑했던 연인이 서로
헤어질려고 싸우며
서로 많이 차지 하려고 싸우는게 보였고,

3층에서는
노인 정에서 할머니들과의 관계가 복잡하던
할아버지가 혼자 한숨 쉬는
쓸쓸한 모습을 보았고,

2층에서는
이혼하고 남편을 욕했던
여자가 그래도 전 남편이 최고라고
넉두리 하며
남편을 그리워하는 걸 보았고…

11층에서
뛰어 내리기 직전
나는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같은 사람들 천국으로 인도 한다던
목사부부가 심하게 다투고 있는 것을 보니
어차피 인생살이가
다 엇 비슷하고
사람마다
말 못 할 사정과
어려움은 다 있었다.
요모조모 따지고 보면
나도 그렇게 불행한 건 아니었다.

떨어 지면서
내가 보았던 사람들이
지금 나를 보고 있다.
그들도 나를 보며 자기는 괜찮다고
자기 위안을 했을 거다…

후회 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악” 소리 질렀더니
‘엄마! 왜 그래?’ 하는
딸의 소리에 그만 낮잠에서
깨었더랍니다.

오늘도 내가 건강함에 감사하고!
오늘 내가 숨 쉴수 있음에 감사하고!
오늘 내가 누군가를 만남에 감사하고!
내가 남들보다 불행하지 않음에 감사하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라.
감사하면 감사 할 일이 생긴다.
감사가 넘치다 보면
걱정거리도 고통도 사라지며
우리의 삶도
저절로 행복해 집니다.

                 – 진정한 삶 中에서 –